■ ‘중국 식음료’ 인기… “창업은 신중해야”
젊은층 중심으로 관심 끌면서
2년만에 탕후루 상표만 200개
커피 등 다른 외식업에 비해
초기자본 부담 낮은 것도 한몫
국내 외식업 유행에 매우 민감
“메뉴 정착까진 계속 지켜봐야”

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이서영(33) 씨는 올해 집 근처 반경 2㎞ 내 ‘탕후루’ 매장이 세 곳이나 생겨난 것을 보고 탕후루의 인기를 실감했다. 이 씨는 “근처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을 서서 탕후루를 사 먹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올 초 근처에 가게 한 곳이 생길 때만 해도 ‘반짝인기’로 생각했는데, 이름이 다른 가게가 두 곳이나 연이어 생기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탕후루, 마라탕 등 중국 식음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외식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중국 식음료의 인기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등으로 불거진 젊은 세대의 반중(反中) 정서를 고려하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외교 문제를 일상 소비생활과 연결 짓지 않는 젊은 세대의 풍습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중국 식음료의 인기가 단기간 급격히 치솟은 만큼 열풍도 빠르게 꺼질 수 있다며 창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4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특허청에 등록된 탕후루 관련 상표는 200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95%(189개)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 2년간 등록된 신규 상표로 집계됐다.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만든 중국 전통 간식이다. 딸기나 귤, 포도처럼 한입에 먹기 좋은 과일을 꼬치와 작은 종이컵에 끼워 판매한다. 수년 전 대만, 중국 등 중화권 지역 야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간식으로 여행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탕후루 매장이 급격히 늘어난 건 MZ세대를 중심으로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다른 외식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미 과일주스, 제과점 등 여러 디저트 매장에서도 탕후루 판매를 시작했을 정도로 장벽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창업 비용도 비교적 크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자료를 보면 탕후루 업체 ‘달콤왕가탕후루’의 경우 가맹사업자 부담금은 7635만 원으로 저가 커피 브랜드인 더벤티(7780만 원), 빽다방(7987만 원) 등과 비슷했다. 달콤왕가탕후루의 3.3㎡(평)당 매출액은 1445만 원으로 더벤티(1861만 원), 빽다방(2043만 원) 등 커피 브랜드에 비해서는 조금 못 미쳤다.

수년간 이어진 마라탕의 인기 역시 식지 않고 있다. 얼얼한 맛이 특징인 마라탕은 중국 쓰촨(四川) 지역에서 유래한 요리로 고추·산초·팔각·정향 등 여러 향신료로 향을 낸 기름에 육수를 부은 뒤 채소·고기·해산물 등 식자재를 넣고 끓인다. 마라탕은 배달의민족이 발간한 ‘배민트렌드 2022’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배민에서 10대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 메뉴 1위로 꼽혔다.

일각에서는 탕후루나 마라탕이 과거 인기를 끌었지만 한순간 열기가 식었던 ‘대왕카스텔라’나 ‘벌집아이스크림’ 등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어 창업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탕후루나 마라탕이 새 외식 프랜차이즈 메뉴로 정착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외식업은 유행에 민감한 만큼 큰 자본이 드는 창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