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에서 9만4000원에 판다니.”
최근 논란이 된 제품 중 하나. 펀딩플랫폼 와디즈에서 15만~16만원에 판매 중인 여행용 가방이다. 문제는 해당 가방이 중국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선 9만4000원대에 팔리고 있다는 점.
펀딩플랫폼 와디즈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반발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중국 물건을 떼다 파는 보따리상’이라는 불만까지 제기된다.
똑같은 상품들이 버젓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반값 수준에 판매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문제는 와디즈는 참신한 상품을 선보이고 해당 스타트업의 투자를 도와주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디즈는 1년 만에 자본총계가 약 300억원에서 9억원대로 곤두박질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5일 와디즈에서 16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20인치 기내용 여행 가방. 전면이 180도 열리고 노트북 수납 공간이 있어 편리한 가방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603명이 와디즈를 통해 이 가방을 구입했다. 판매사 에스비에스코리아가 와디즈를 통해 조달한 투자금도 5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같은 제조사, 같은 디자인의 여행 가방이 국내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상품 페이지 최하단에는 ‘랜도르앤하와’라는 제조사가 따로 나와 있다. 중국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이 가방 가격은 9만4000원대로 60% 저렴하다.
와디즈에 불만이 더 쏠리는 건 와디즈가 일반 쇼핑몰과 다른 콘셉트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펀딩플랫폼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은 돈을 주고 상품을 받지만 와디즈에서 이같은 행위가 구입이 아니다. 지불하는 금액은 ‘펀딩’(투자)이고 받는 상품은 ‘리워드’(보상)이 된다. 와디즈가 판매사의 자금 조달과 투자자 및 신규 고객 모집 등을 돕는 투자 중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환불이나 보상도 쉽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와디즈가 설립된 건 2012년이지만 환불 규정은 2020년에나 마련됐다. 상품을 수령한 후 14일 내에 환불을 해준다.
형태가 없는 서비스(리워드)를 구입(투자)한 경우에는 환불이 더 복잡해진다. 해당 서비스를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을 파고든 사기 의심 피해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한달 간 약 18만원에 판매된 전자책이 그 예다. 영상 편집과 번역 등의 강의를 통해 대기업 연봉 이상의 부업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행보했으나 내용이 부실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졌다. 뒤늦게 와디즈에서 환불 처리를 했으나 해당 서비스 투자에 참여한 인원은 3500명 가량이었다.
이처럼 와디즈를 통해 검증된 참신한 제품을 구입했다고 믿었는데 실상은 다른 사례가 이어지면서 와디즈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와디즈는 투자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얻는 플랫폼 사업에서 나아가 지난해부터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와디즈의 자본총계는 약 9억1850만원으로 전년(약 275억1200만원) 대비 97% 감소했다.
글쓴이
익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