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테이크아웃 음료를 들고 버스를 타던 남성이 기사의 저지를 받자 이를 그대로 길바닥에 내던져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현재 승객이 테이크아웃 커피나 음식 등을 들고 탈 경우 기사가 탑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흘리거나 엎질러 다른 승객이 피해입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엑스(옛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지난 7일 “아까 내 앞 남자가 음료 들고 버스 타다 기사님이 ‘들고 타면 안 된다’고 하자 음료를 냅다 뒤로 던져버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내 얼굴 옆으로 팔을 쭉 뻗어 던지는 데서 1차로 놀라고, 쓰레기를 그냥 길바닥에 냅다 던지는 데서 2차로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음료가 내팽개쳐져 길바닥이 분홍색으로 물든 모습이 담겼다.

A씨가 전한 사연 속 남성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남성의 행위가 버스기사에게 의도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저렇게 던진 음료에 누가 맞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나” “정당한 버스기사 요구에 비상식적으로 반응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나도 같은 경험 있었다. 기사님이 바나나 우유에 빨대 꽂고 타던 승객 탑승 저지하자 그대로 바닥에 던지고 타더라. 어이없었다”라며 비슷한 사연을 전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테이크아웃 음료 들고 타지 말라는 버스기사의 저지에 음료를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승객 모습이 담긴 CCTV

서울시는 2018년 1월 4일부터 테이크아웃 음료를 들고 버스에 승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에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아웃 컵’) 또는 그 밖의 불결·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면서다. 두달 뒤인 3월부터는 반입 금지·허용 음식물의 세부 기준이 마련됐다.

조례가 만들어진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음식물 반입과 관련해 기사와 승객 간의 갈등은 빈번하게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승객과 갈등을 겪었던 버스기사는 연합뉴스TV에 “저희는 이런 상황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있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며 “또 저런 승객 있구나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승객을 만나도) ‘그거 버리고 타세요’ ‘가지고 타시면 안 돼요’ 딱 이 정도 말만 한다. 만일 ‘저거 왜 던졌냐’ ‘나한테 지금 시비거냐’ 이런 말 괜히 했다가 민원 들어가면 경위서 작성해야 하고, 오히려 기사들에게 더 불리한 상황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