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10일 임기 시작
공기업 민영화 즉시 시행 약속
급진 공약은 속도 조절 예고
전례 없는 경제 위기 속에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가 10일(현지시간) 취임했다. 밀레이는 취임식서 공공지출을 5% 줄이겠다고 강조하며 강력한 개혁을 통한 경제위기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연방의회에서 전임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부터 어깨띠를 넘겨받으며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재정 및 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면서 "아르헨티나는 현재 연간 1만50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며 "GDP 5%에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중이 환호하자 그는 "나는 듣기 좋은 거짓말보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아르헨티나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겠으나, 국가 재건 전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넘겨야 고비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국가 통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감한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극우 성향의 발언을 일삼는다는 이유로 그를 ‘남미의 트럼프’로 칭하기도 했다.
다만 극심한 경제난에 지친 표심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향했다. 아르헨티나는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2000년대 들어서만 세 번의 디폴트를 선언했다. 누적 물가 상승률도 지난 9월 기준 140%에 달하면서 전 국민의 40%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 같은 여론의 기대에 부응해 취임식 첫날 기존 18개였던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주요 공기업 민영화도 즉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부패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고급 의전차량이 아닌 폭스바겐 차를 타고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첫 내각을 온건파로 꾸리고,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 등의 공약은 속도를 조절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을 비롯한 남미 주변국 정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경축 특사로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