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느 중견 기업에서 전략기획/투자를 담당하는 분과 온라인 사업 관련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최적의 이커머스 운영모델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상품에서 마케팅 그리고 사람에 대한 부분까지 다양한 범위의 주제에 대해 꾀나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어떤 사업의 운영모델은 해당 가치사슬이나 프로세스의 세부 내용/기능들을 하나하나 시장과 기업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구현하면서 정해진다. 업계에 종사하며 느낀 이커머스의 특성 중 하나는 이러한 선택지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상당히 독립적이라는 점이다.

설명을 위해 마트 사업을 예로 들면, ‘좋은 입지에 대형 시설을 확보’하고 ‘카테고리별 탑 브랜드 상품을 소싱’하여 ‘우수한 멤버십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 이 성공적인 운영모델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마트라는 사업의 영역과 운영에 필요한 규격에 대해 우리들 사이에 일정 수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는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영역에서 상거래가 구현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사업의 영역이나 규격의 제약에서 매우 자유롭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능력과 투자가 있으면 상품과 고객의 범위와 수를 매우 빠르게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업무를 하면서 크고 작은 세부적인 운영방식을 선택하고 구현하는 중에도 이것이 ‘합리적 판단’에 기인했는지 그저 한번 해보고 싶은 ‘의지 혹은 욕망’에 기인했는지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한다. 이러한 모호함과 복잡성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시대가 도래하며 한 차원 더 심화된다. 외국어 상품정보 제공 및 통화/가격 결정, 해외 배송과 같이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로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라인 사태와 같은 이슈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어떤 지역에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도 업계의 뜨거운 감자이다.

다만 최근 들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운영모델 중 하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즉 진정한 의미의 옴니채널의 구현이다. 이커머스가 생겨난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상호 보완적이거나 혹은 배타적인 역학 관계를 유지해왔다. 여기에는 기술적 한계를 비롯하여 운영 기업의 내부적 이슈 등 다양한 이유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목적하는 상거래라는 것이 고객의 ‘경험’을 구축하여 ‘재화의 판매’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통합된 시야에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현재 성수동이나 이태원 일대에서 팝업이나 쇼룸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하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들이며, 반대로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들도 일부 매장을 쇼룸으로 운영하며 고객에 대한 ‘경험’의 제공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고객의 ‘경험’이란 쇼룸에서 제공하는 ‘브랜드/상품에 대한 멋진 경험’ 만이 아닌 좀 더 총체적인 개념이라는 점이다. 온/오프가 긴밀하게 연계된 상품 컨텐츠의 제안, 통합된 멤버십 서비스, 온/오프를 손쉽게 넘나드는 배송, 일관되고 일원화된 CS 등 어떻게 보면 기본적이면서 이미 잘 해오고 있었던 기능들도 옴니채널의 관점에서 재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어패럴뉴스(http://www.appare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