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재룟값 뛰었는데 손님은 줄어
가격 못 올리고 마진 줄이다 "폐업"
"물가 관리? 시장경제인데 가능할까"
"요즘 겨울인 줄도 모르게 따뜻했잖아. 근데 사람이 더 없어. 폭염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돼."
12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 60대 상인의 푸념을 뒤로하고 카페 '엔메르'에 다다랐다. 시장통은 적막하지만, 막 점심 장사를 시작한 카페는 커피콩 가는 소리로 요란하다. 들어오는 주문 따라 사장 이건수(34)씨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동안 우유를 데우고, 얼음을 퍼 올리고, 출입문 풍경이 '딸랑'대고 배달기사가 음식을 가지고 나간다. 소리가 끊기려는 찰나 '딩동'. 다시 주문이다.
이렇게나 분주한데, 이씨는 가게를 내놓았다. 폐업을 결심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평지풍파에서도 배달이라는 활로를 찾아 3억 원 가까운 매출을 내던 그다.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2년간 강동구 배달횟수 1등(A 배달업체 기준)을 차지했고, 여전히 '동네 카페 치고는'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이다.
그럼에도 폐업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가다.고물가로 재룟값이 대폭 뛰었고,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손님이 늘어났다. 매출은 줄고 비용은 상승하면서 마진 구간은 매출의 20%에서 10% 수준으로 좁아졌다. 대출 낀 건물에서 장사하는 탓에 최근 월세도 5% 올랐다.
"작년엔 서서히 올랐는데... 올해는 우후죽순"
고물가를 본격 체감한 건 올해 초부터다.
작년만 해도 하나가 오르면 다른 비용을 줄여 대안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는 "커피, 우유, 종이컵 등 모든 게 한꺼번에 우후죽순처럼 올라 제어가 안 됐다"고 한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1월 0.1%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은 15.9%에 달한다. 커피 역시 8.3%에서 11.6%로 올해 오름폭이 더 크다.
그는 "카페는 점심 한때 장사인데 마침 피크 타임 초입에 오셨다. 특히 저녁 손님이 진짜 없다. 경제적 여력도 없겠지만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바뀐 것 같다. 건너편 먹자골목도 전보다 휑하다"며 매출이 반토막 난 사연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