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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 F/W 2023 RTW
올 한 해는 놀라기 바빴습니다.
JW 앤더슨의 개구리 슬리퍼와 미스치프의 빅 레드 부츠를 지나 보테가 베네타의 삭스 부츠,
바지를 발목까지 내려 입은 듯한 로에베의 토이 부츠,
발가락 윤곽이 선연한 발렌시아가의 아나토믹 부츠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하우스의 ‘요상한’ 신발이 쉴 틈 없이 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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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F/W 2023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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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리브드 양말에 검은색 펌프스를 신은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루이 비통의 ‘일루전 하이 부츠’입니다.
초현실주의 미술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죠.
인형 다리를 보는 듯한 디자인도 재미있지만 신발 주인이 루이 비통이었기에 더 화제가 되었어요.
농담 내용만큼 중요한 건 농담의 주체니까요.
유구한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가 이런 발칙한 장난을 벌이면 쾌감은 배가되죠.
불편한 착화감이나 과감하다 못해 과도한 디자인 탓에
그저 사람들의 눈과 입만 바쁘게 한 채 사라져버리는 슈즈도 많습니다
(애초에 진짜 누군가의 ‘발’까지 가는 게 목적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루이 비통의 부츠는 선을 잘 지켰어요.
감당 가능한 정도의 상상력,
수작업으로 그리고 칠해낸 착시 효과,
여느 부츠와 다를 것 없는 셰이프와 착용감 등으로 구미가 당기게 만들었죠.
빅 브랜드의 영리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미 몇 사이즈는 품절 상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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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슈즈의 등장이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지만요.
조용한 럭셔리와 올드 머니 트렌드,
피비 파일로의 귀환, 더 로우의 인기,
끝없이 소환되는 1990년대 미니멀 패션.
한 해를 휩쓴 의상과 트렌드가 대체로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일까요?
올해는 그 모습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내년에는 우리의 두 발끝이 더더욱 재미있어질 거란 쪽에 표를 던지고 싶군요.
입소문 나기 딱 좋은, 기발한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잘못된 신발 트렌드도 점점 더 몸집을 불리는 중이거든요.
대놓고 튀고 싶지는 않지만 남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은,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을 위트 있게 풀어내기에 신발만큼 현명한 선택도 없죠.
얌전하고 진중한 옷차림에 생뚱맞은 신발 한 켤레를 툭 하고 신어주는 겁니다.
심각함은 잠시 내려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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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