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주 경기 뒤 대표팀 감독직 받아들인 이유 밝혀
"축구 인생 마지막 도전…나 자신 버리고 대한민국 축구뿐"
브라질 월드컵 실패로 사퇴 뒤 정확히 10년 만에 기자회견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없습니다. (제 안엔)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습니다."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택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생각이 바뀐 이유를 묻는 첫 질문에 홍 감독은 7분 넘게 대답을 이어갔다.
첫 번째 이유는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주도하는 한국형 축구 모델인 'MIK'(Made In Korea)가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고 했다.
답변하는 홍명보 감독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프레스센터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이사는 지난달 20일 각급 연령별 대표팀부터 A대표팀까지 하나의 축구 철학으로 아우르는 것을 골자로 하는 MIK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축구협회 전무 시절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을 전술적으로 한 체계 안에 묶는 작업에 대해 필요성을 느꼈고, 관심도 많았다는 홍 감독은 "정책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A대표팀 감독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사가 (MIK와) 관련해 굉장히 강하게 부탁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두 번째이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려서"라고 답했다.
이 기술이사가 돌아간 뒤 밤새워 고민했다는 홍 감독은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당시 그는 '땅명보' 등 논란 속에 난도질당하듯이 인신공격을 당했다.
홍 감독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대표팀에서 물러난 날은 2014년 7월 10일이었다. 정확히 10년 뒤 대표팀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밝히게 된 셈이다.
홍 감독은 "예전에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