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랑 가디건 하나 주세요.
편의점만큼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은 공간도 없을 겁니다. 한 블록만 건너도 금세 다른 점포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이 도시에 촘촘히 뿌리내린 편의점에서 우리는 끼니를 때우기도, 택배를 부치기도, 한정판 디저트에 기뻐하기도 하니까요.
컨비니언스 웨어
이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편의점에서 만약 런웨이가 펼쳐진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는 편의점 체인 ‘훼미리마트’를 본뜬 베뉴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패션쇼가 펼쳐졌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훼미리마트의 자체 의류 라인 ‘컨비니언스 웨어’였는데요. 어른부터 아이, 휠체어를 탄 사람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의 모델들이 대거 등장해 한차례 이목을 끌었죠.
지난 2021년 3월, 훼미리마트는 사람들이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비전하에 ‘컨비니언스 웨어’를 론칭했습니다. 티셔츠, 롱 슬리브, 탱크 톱, 쇼츠, 양말, 타월 등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웨어러블한 아이템과 베이직한 컬러 팔레트로 가득한 모습이었죠. 패키지마저 지퍼백을 활용해 편의점 특유의 간편함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일본 기반 패션 브랜드 파세타즘을 이끌고 있는 오치아이 히로미치와 협업해 완성도까지 놓치지 않았고요.
이날 런웨이에는 기존의 베이직한 아이템 외에도 가디건, 스웨트셔츠, 재킷, 셔츠를 비롯한 다채로운 피스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훼미리마트의 시그너처 컬러인 그린과 블루를 그대로 녹인 팔레트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브랜드의 지향점답게 가격 또한 합리적이었죠. 스웨트셔츠와 팬츠는 2,990엔, 데님 재킷은 9,990엔으로 한화 기준 10만 원을 넘지 않는 제품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야말로 집 앞 편의점에 들를 때 부담 없이 걸칠 수 있는 ‘원 마일 웨어’에 최적화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죠.
컨비니언스 웨어 라인 삭스
실제로 컨비니언스 웨어는 첫 컬렉션 론칭 후 1년 만에 매출이 60%가량 증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부담 없는 가격대의 양말은 약 100만 개의 판매량을 달성하며, 어렵지 않고 간편한 패션 아이템을 향한 소비자의 니즈가 이토록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해 냈어요. 그것도 번듯한 매장을 둔 여타 SPA 브랜드가 아닌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