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함과 섬세함의 경계에 서 있는 것. 이것을 샤넬에서는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며칠 전 있었던 샤넬의 2023/24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 대해 버지니 비아르가 남긴 말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던 컬렉션을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파리지엔, 파리지엔
파리의 여인들만큼 강함과 섬세함 사이를 세련되게 오가는 이들이 또 있을까요?
하우스의 설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원조 파리지엔’이라 불리는 만큼,
버지니 비아르가 컬렉션을 모든 파리지엔에게 바친 것은 당연했습니다.
런웨이로 변모한 센강을 가득 채운 건
프렌치 시크 스타일의 태동기를 이끈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곡 ‘V.I.P’였죠.
컬렉션의 오프닝을 장식한 캐롤린 드 메그레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파리 사람이 되는 법: 사랑, 스타일 그리고 나쁜 습관>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요.
런웨이에 오른 모델들은 대부분 머리를 무심하게 위로 묶고,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 역시 ‘방금 막 잠에서 깬 듯한’ 느낌을 추구하는 파리지엔을 연상시켰습니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래 버지니 비아르는 양극단의 조화에 집중해왔는데요.
지난 12월 세네갈에서 열린 공방 컬렉션도 샤넬의 장인 정신과 아프리카 전통 공예 기법의 만남이었죠.
꾸뛰르 컬렉션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버지니 비아르는 풍성한 볼륨의 스커트에 매니시한 실루엣의 톱을 매치하고,
과거에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오피서 코트를 트위드로 제작하며 페미닌한 터치를 더했죠.
쇼 초반부에는 럭셔리하게 차려입은 모델이 등장해 강아지(!)를 산책시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