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경험이 있다면, 파페치(Farfetch)를 한 번쯤 이용했거나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파페치는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인데요, 세계 1위를 지키던 파페치가 위기를 맞자 쿠팡이 이를 품기로 했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계에 일어난 지각변동,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볼게요.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파페치는 현재 190여 개국, 550여 개 부티크가 입점해 셀린느, 버버리, 구찌 등 1,40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파페치는 가짜라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정품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고, 빠른 배송과 쉬운 반품으로 편리성까지 더했죠. 소비자는 구매 금액에 따라 브론즈부터 실버, 골드, 플래티넘,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등급으로 나뉘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파페치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되는 적자와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따른 투자 실패, 그로 인해 쌓여가는 부채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5년 런던의 럭셔리 패션 부티크 ‘브라운스(Browns)’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오프화이트, 팜 엔젤스 등을 소유한 ‘뉴가즈 그룹(New Guards Group)’을 인수했죠. 이어 2022년에는 럭셔리 뷰티 유통사 ‘바이올렛 그레이(Violet Grey)’를 인수했습니다.

이런 몸집 키우기는 오히려 파페치에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지난 2분기 뉴가즈 그룹 매출은 40% 감소했고, 바이올렛 그레이 사업부는 폐지됐죠. 주력하던 이커머스 외 기타 사업의 부진은 결국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할인 경쟁은 파페치의 영업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가 자사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한 것 또한 파페치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다주었죠.

팬데믹 기간 파페치는 럭셔리 산업과 함께 황금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올해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럭셔리 산업 자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파페치 역시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2021년 초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하던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최근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원)로 100분의 1 가까이 폭락하고 말았죠.

위기 상황에 쿠팡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 lnc는 현지 시간으로 18일 파페치 인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쿠팡 Inc는 파페치 인수에 “4,000억 달러(약 521조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쿠팡의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명품 생태계를 이끈 파페치의 경험과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탁월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쿠팡이 인수하면서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전환됩니다.

쿠팡은 파페치를 끌어안음으로써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패션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파페치도 위기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페치와 쿠팡의 만남, 앞으로 이들이 소비자를 어떻게 사로잡을지 궁금해집니다.